하루

Hi Stranger

nariya 2012. 11. 30. 02:26

희망이를 얼러서 유모차에 태워 밖으로 나오니 햇살이 닿는 피부가 따가울 정도. 바람은 서늘하여 바깥 활동하기에 이만한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바깥에 나와 있는 이들 모두 같은 기분이었겠지? 게다가 쇼핑의 중심지. 거리가 들떠 있다. 샌드위치 사러 들른 가게에서 희망이를 보고 귀엽다 이쁘다를 연발하던 할머니는 급기야 나에게 참 예쁘게 생겼다 머리색도 이쁘고 어쩌고... 쉴새없이 칭찬을 해주었다. 마치 축복의 세례?를 받는 기분. 영국에 와서 당하는? 이런 이유없는 칭찬과 친절들은 (여전히 어색하고 머쓱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어쩌다 어깨가 스칠때 튀어나오는 sorry와 같은 그들의 버릇같은 것일지라도 나같은 stranger에겐 무쟈게 감동을 준다.

 

여튼 기분이 좋아져서 castle에 올라 희망이를 해를 등지는 방향으로 앉혀놓고 샌드위치 삼매경. 공원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찾는 사람들 중 내가 앉은 벤치를 지나는 사람들한테 하나도 빼먹지 않고 인사를 걸고 함께 사온 초코렛까지 냠냠하였다. 내 자리가 명당이었는지 백발의 노신사가 내 벤치에 합석하고 시언이 덕에 대화를 조금 잇다가 졸음에 겨워하는 것 같길래 조용히 유모차를 밀고 빠져나왔다. 그러고 보니 출산후 지성으로 변한 내 두피가 생각나 샴푸를 하나 살까 하고 눈에 보이는 샵에 무작정 들어갔는데, 밖에서는 몰랐던 신세계가. 백화점이었다. 게다가 오늘 내일 up tp 40% 세일. 샴푸따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벼르던 목도리를 하나 샀다. 그리고는 막스앤스펜서에 가서 저녁 장을 보고 터덜 터덜 집으로 돌아옴.

 

아이가 있으니 좋은 점은 사람들이 쉽게 다가와 말을 걸어준다는 것. 아줌마가 되어 좋은 점 중의 하나다. 그치만 여전히 영국식 발음으로 속사포로 떠들면 받아치기가 힘들어. 아쉽다. 머리와 혀가 천천히 굴러가는게 참으로 아쉽다.

 

 

아 여전히 건널목 앞에서면 오른쪽을 볼까 왼쪽을 볼까 고민하게 된다는.  

 

Closer가 영국 배경인지도 몰랐지. 영화 플레이를 눌러놓고 첫장면을 보다가 가슴이 애려서. 나중에 신랑이랑 애기 재워놓고 혼자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