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피곤하고 지리한 일상. 생각의 틈바구니를 열고 싶지만, 항상 어디에서나 팝업창이 열리며 아이가 튀어나온다. 귀엽고 너무 사랑스런 아이. 지켜줄 존재. 좋은 것, 내 모든 것을 나누어주고 싶은 존재. 그렇게 정해진 루트를 따라 나에 대한 생각, 내가 현재 영위하는 이 모든 것에 대한 생각이 뒤로 밀리고 희미해지고 가끔은 구겨지고 덮힌다.
12월 8일 우리가 처음 만난날. 내 핸드폰 뒷자리. 만난지 9년 차가 되어가는 우리 사이에 단 한번도 거른적이 없던 그 날. 올해 나는 그 날을 잊었다. 그도 그날을 잊고 있었고, 열흘이 지난 오늘 아침에 커피와 간단히 빵을 씹으며 "너 왜 그날 나 선물 안줬어" 이런 농담을 나누며 알수 없는 기분과 감정을 살포시 덮는다. 우리는 우리였는데 지금은 또 다른 우리. 너와 나는 이제 조금 다른 나와 너.
나는 나의 궤적을 그리며 가고 있지만 여전히 쫓는다. 올해의 내 계획이, 그리고 내년의 내 계획이 그렇게 쉽게 둘에 의해 수정되는 것을 보며, 아마도 나는 계속 그럴 것 같다란 생각을 한다.
목이 많이 부어 편도선이 아프다. 짧게 커트쳤던 머리가 얼추 많이 길러 단발이 되어가고 있고. 아이는 떼가 늘었지만 말귀도 늘어 소통의 즐거움이 소록 소록. 엄마 없이 보내는 순간이 길어져 나는 한발짝 떨어져 걸을 수 있게 되었고, 그저 잠시나마 관찰자가 되어 그 경이롭고 행복한 몸짓과 소리 냄새를 즐긴다. 보고 만지고 훔친다. 이런 뿌듯하고 행복한 순간을 행여 뺏길까, 훼손당할까 두려운 마음을 부지불식간에 느끼며 불안해 하다 슬퍼하기도 하고.
2014년이 온다. 지금처럼만 행복하면 좋겠다.